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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 바로 건강한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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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의지하는 인간, 그 자연스러운 이야기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일까, 아니면 의존적인 존재일까? 우리 사회는 흔히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자기심리학자 하인츠 코헛(Heinz Kohut)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인에게 의지하는 존재다. 그는 인간이 의존성을 갖는 것이 단순한 사회적 습관이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본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의존성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 바로 건강한 의존!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 바로 건강한 의존!

하인츠 코헛과 자기심리학

하인츠 코헛은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의 창시자로서, 인간이 타인의 인정과 공감을 통해 자기 자신을 형성하고 발전시킨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심리가 단순한 개인의 내적 요소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거울 대상(mirroring selfobject)' 개념을 통해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아를 형성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엄마, 나 이거 잘했지?"라고 묻는 순간을 떠올려 보자. 아이는 단순히 칭찬을 원해서 묻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그래, 정말 잘했어!"라고 반응해 줄 때, 아이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자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게 된다. 코헛은 이러한 심리적 기제가 평생 지속된다고 보았다. 즉,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인정과 공감을 필요로 하며, 그것이 우리의 정신적 안정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의존성은 약점이 아니다

의존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약하다', '미성숙하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코헛의 이론에 따르면, 건강한 의존은 인간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능력의 척도가 아니라,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심리 상태의 표징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유대가 강한 사람들이 더 높은 정신적 안정감을 느끼고, 심지어 신체 건강도 더 좋다는 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된 75년간의 성인 발달 연구(Grant Study)는 인간의 행복과 장수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좋은 인간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경제적 성공이나 사회적 지위보다도,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따뜻한 관계가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와 의존의 의미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의존성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는 스마트폰과 SNS 덕분에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고립'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동시에, 정서적 지지를 받을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SNS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 애쓰지만, 정작 자신의 진짜 감정을 털어놓을 상대는 부족하다.

코헛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우리는 '진정한 관계'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이해받고 공감받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체 채팅방에서의 짧은 대화가 아닌, 깊이 있는 대화와 감정 교류가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기댈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맺으며: 의존성은 우리의 힘이다

독립적인 삶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타인에게 의지하는 순간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건강한 의존성을 통해 우리는 더욱 성장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코헛의 이론이 말해주듯이, 인간은 원래부터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그러니 마음이 힘들 때는 주저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기대보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