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외로운 여자는 뚱뚱하다.

728x90

“외로운 여자는 뚱뚱하다”라는 말, 처음 듣는 순간부터 귓가에 가시처럼 걸린다. 이 말은 단순히 몸무게를 언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문장을 곱씹을수록 우리는 그 안에 담긴 감정, 사회적 시선, 그리고 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 말은 우리 사회가 여성의 외모와 감정 상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한 단면을 보여준다.

외로운 여자는 뚱뚱하다.
외로운 여자는 뚱뚱하다.

외로움과 음식의 상관관계

누구나 한 번쯤은 외로움과 음식을 연결 지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우리는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에 위로받기도 하고, 눈물 나는 밤에 뜨끈한 라면 한 그릇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외로움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감정 중 하나다. 그러나 외로움을 느끼는 여성이 음식을 통해 그 감정을 해소하려고 할 때, 사회는 흔히 “자제하지 못하는” 혹은 “자신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곤 한다.

과학적으로도 외로움과 음식 섭취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이는 과식이나 특정 음식에 대한 갈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체중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단편적인 해석이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해소할 창구가 필요하며, 음식은 때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외로운 여자는 왜 뚱뚱해야 하나?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왜 외로운 여자는 뚱뚱하다는 말을 하게 된 걸까? 그리고 그 말이 과연 공정한 걸까?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모습과 그 이면의 복잡한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여성은 어릴 때부터 “예뻐야 사랑받는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주입받으며 자란다. 그 결과 외로움이나 불안 같은 감정이 생길 때, 그것을 마주하는 방법 대신 몸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먼저 받는다. 이런 비난은 종종 자기혐오로 이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성이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인간관계의 갈등, 사회적 고립,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또는 단순히 자기 자신과의 불화까지. 그런데 이 감정을 음식을 통해 해소하는 행위는 도리어 ‘여성스러움’을 지키지 못한 실패로 여겨진다.

더욱이, SNS를 통해 우리는 ‘완벽한’ 외모를 가진 여성들을 쉽게 접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 하다 보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상적인’ 몸매와 라이프스타일은 현실감 없는 비교를 자아낸다. 그 안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는 여성들은 스스로를 더욱 외롭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집단적인 감정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음식은 위로의 친구

음식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위로의 친구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끓여주던 따뜻한 된장찌개,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먹던 피자, 기념일마다 함께하던 케이크.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것을 넘어, 순간을 기억하게 하고 감정을 함께 나누게 한다. 특히 외로운 순간에는 그 위로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건강을 챙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외모 관리나 체중 감량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음식은 우리 삶에서 가장 소박하지만 확실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존재다. 누군가는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으로, 누군가는 김치찌개 한 그릇으로 하루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위로한다. 그것이 잘못된 일일까? 아니,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외로운 여자는 약하지 않다

“외로운 여자는 뚱뚱하다”는 말의 이면에는 여성의 약자성을 강조하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마치 외로운 여성이 음식을 탐닉함으로써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전혀 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를 보여주는 과정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성은 더 강해진다. 외로움과 마주하는 법, 감정을 다루는 법, 그리고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배워간다. 때로는 그 과정이 고단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다움의 본질일 것이다. 외로운 여성들은 뚱뚱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시선과 편견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아가는 강인한 존재들이다.

나를 위한 위로의 방식 찾기

여성이 외로움을 느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누군가는 운동으로, 누군가는 새로운 취미로, 그리고 누군가는 음식을 통해 그 외로움을 달랜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들이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휘둘리기보다는, 진정으로 나를 위한 위로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는 “외로운 여자는 뚱뚱하다”는 말을 뒤집어야 할 때다. 외로운 여자는 뚱뚱할 수도 있고, 마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외로움이 우리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로움은 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이다. 그러니 그 감정에 솔직해지고, 때로는 음식을 통해 위로받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외로움 속에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몸무게나 외모가 아닌,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외로움이 찾아올 때, 부드러운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그 시간을 온전히 누려보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위한 위로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