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관계에서 오는 상처는 참 묘합니다. 그 사람과 나누던 웃음이 사라지고, 함께했던 시간들이 아픔으로 변할 때 우리는 종종 상대방을 원망하게 됩니다. '왜 나한테 이렇게 했을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라는 생각에 휩싸여 상대방의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가 가시가 되어 가슴 깊숙이 박히곤 합니다. 그렇게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 깊이 그들을 미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리워하게 되죠.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혹시 문제는 전부 나에게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그들을 떠나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상대방을 탓하기는 쉽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렵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관계는 모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가족, 친구, 연인, 직장 동료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감정과 상황을 겪습니다. 그런데 이 관계가 틀어질 때,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의 잘못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들이 날 무시했거나, 실망시켰거나, 배신했거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그들을 탓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내 안의 문제를 마주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은 이유는 자존심과 두려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모든 상황이 갑자기 너무 복잡해지고,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을 탓하며 책임을 떠넘기려 합니다. '내가 이래서 화가 난 거야', '그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수록 관계는 더 꼬이고 상처는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떠밀어냈던 순간들
나는 상대방에게서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그들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요? 오히려 내가 그들을 나에게서 떠나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요? 때로는 나의 무심한 말 한 마디, 생각 없이 던진 비난, 그리고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불만들이 상대방을 지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친구와의 관계에서 내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약속을 계속 어기거나, 그들의 고민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않고 피상적인 위로만 건넸던 순간들. 그때 나는 상대방을 생각했다고 믿었겠지만, 실은 나의 필요와 입장을 우선시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고 상대방은 나에게서 멀어지게 됩니다.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서운함을 상대방에게 터놓지 않고 쌓아두다가 갑자기 터트리듯 말해버리거나, 상대방의 작은 실수에도 크게 화를 내면서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순간들에 우리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상대방을 밀어내게 됩니다. 그들이 나에게서 떠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그들을 떠밀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문제였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성장한다
사람 관계에서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어쩌면 성숙의 첫 걸음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게 훨씬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인간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상대방을 미워하기 전에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돌아보는 건 큰 차이를 만듭니다. 내가 먼저 사과하고,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관계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지만, 그렇게 나를 돌아보는 순간 우리는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 관계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나 역시도 상대방에게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나의 실수와 잘못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이 아닐까요? 상대방이 날 떠나도록 만든 건 내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준 상처도 이제는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내 안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합니다.
미워하기보단 이해하기를, 떠나게 하길 바라기보단 함께하길 바라기를
우리는 살면서 여러 번 관계를 맺고 또 잃습니다. 그때마다 나에게 아픔을 주었던 사람을 미워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떠나보낸 사람들을 후회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계에서 얻는 상처는 오히려 우리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내가 상대방을 미워하는 이유가 사실은 나에게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 넓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게 되니까요.
어쩌면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도 그저 나처럼 서툴고 부족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떠나도록 만들었던 이유도 결국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 미움에서 비롯된 것이었겠죠. 그러니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들을 미워하기보다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보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상대방과의 관계를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해보는 거예요.
내가 떠나보냈던 사람들,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통해 성장하고, 상처를 통해 더 강해집니다. 그러니 상대방을 탓하기보다는 나를 돌아보고, 내 안의 문제를 인정하고,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지만, 그 용기가 결국 더 나은 나를 만들고, 더 좋은 관계를 맺는 밑거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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