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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계획한 것들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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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우리는 계획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매일 밤 공부할 시간을 정하고, 방학이 되면 가야 할 여행지를 목록으로 만들며, 새해가 오면 다이어트와 운동 계획을 세운다. 계획은 마치 인생의 나침반처럼 느껴진다. 목적지가 명확하고,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성공은 시간문제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늘 다르다. 계획이 아무리 치밀해도 대부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일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여전히 계획을 세우는 걸까?

계획한 것들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다.
계획한 것들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다.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다. 삶은 수많은 변수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정확하게 예측해도 우리의 통제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교통사고로 인한 지각, 갑작스러운 감기, 회사의 구조 조정 같은 일들은 우리의 계획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좋은 예다. 2020년 초, 전 세계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며 그 많은 계획을 무너뜨렸다. 여행 계획은 취소되고, 회사의 목표는 조정되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둘째는 인간의 심리적 요인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은 자신이 다음 날부터 바로 설탕과 탄수화물을 끊을 수 있다고 믿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막상 아침이 되면 이불의 따뜻함은 계획보다 훨씬 달콤하고, 스트레스가 쌓인 날의 초콜릿 한 조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안이 된다. 계획을 세울 때는 나의 의지가 강철 같을 것이라 믿지만, 실제로는 작은 유혹에도 쉽게 흔들린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을 과신하고, 결과적으로 계획은 무너지기 십상이다.

셋째는 지나치게 완벽한 계획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너무 구체적이고 빽빽하게 짜인 계획은 작은 변화에도 무너져 내린다. 예를 들어, 하루에 3시간씩 공부하기로 한 계획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일이 생겨 1시간밖에 못했다면? 이미 계획은 어긋났고, 이에 따라 좌절감이 밀려온다. '오늘 1시간밖에 못했으니 이번 주 계획은 틀렸어.'라고 생각하며 다음 날부터는 아예 책을 펼치지 않는 것이다. 완벽주의가 오히려 우리의 행동을 방해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계획은 애초에 쓸모없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계획이 실패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사실, 계획을 세우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록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계획을 세울 때의 기대감과 동기부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계획한 사람이 하루에 30분씩 하기로 마음먹고, 결국 한 달 동안 매일 10분씩만 했다고 하자. 완벽하게 계획을 따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계획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계획을 통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고, 그 길을 조금이라도 걸어볼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2021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와 새로운 일의 형태를 경험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았겠지만, 재택근무로 인해 더 유연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 시간을 통해 새로운 취미를 찾거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다. 계획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수정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일이 생기면 수정하고, 상황이 변하면 조정하면 된다. 계획을 세울 때부터 여유를 두고,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융통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목표를 세분화하고, 그 목표가 너무 거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1년 안에 영어 마스터하기'보다는 '매일 영어 뉴스 10분 듣기'처럼 작은 목표를 세워보자. 큰 목표를 작은 목표로 나누면 실행하기도 쉽고, 중간중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성취감은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어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셋째는 계획을 세운 후에는 작은 성과도 자축할 줄 알아야 한다. 목표를 완벽히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진 점이 있다면 스스로를 칭찬해 주자. 그 작은 격려가 다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결국 계획은 우리 삶을 좀 더 질서 있게 만들고, 우리의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계획이 우리에게 준 경험과 교훈은 더 큰 자산이 된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방향을 잡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너무 낙심하지 말자. 삶은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니까. 대신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