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이 없는 세상이라,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 같죠?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시험에서 받았던 처참한 점수, 첫사랑과의 이별, 그 순간은 그야말로 내리막길 같은 날들이었죠. 하지만 그런 기억을 우리가 모두 간직하고, 심지어 잊을 수 없다면 어떨까요?
망각의 부재, 새로운 현실
망각이 없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일단, 뇌가 쉬는 날이 없겠죠.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 본 모든 것, 느낀 모든 것이 우리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처음에는 엄청난 능력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절대 시험에서 틀리지 않고, 중요한 회의에서 놓친 내용도 하나도 없을 테니까요.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일종의 슈퍼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기억'이 계속되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우선, 감정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본래 감정적이고, 감정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기도 하는 존재이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내게 상처를 줬을 때,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상처를 잊고 용서하게 됩니다. 망각이 없는 세상에서는 이런 '치유의 과정'이 불가능할 겁니다. 모든 상처와 아픔이 생생하게 남아 있으니까요. 매일 매일 어제의 아픔을 그대로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겁니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 과연 행복할까요?
과거에 묶여 사는 인간
망각을 못 한다는 건 또한 과거에 계속 묶여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은 본래 변화를 받아들이는 존재입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우고, 실수를 통해 성장합니다. 하지만 망각이 없다면, 우리는 모든 경험을 똑같은 중요도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5살 때 엄마가 꾸짖었던 기억, 10대 때 어색했던 첫사랑의 고백, 성인이 된 후에 겪은 직장에서의 실수까지. 모든 것이 똑같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인간은 본래 이야기하는 존재입니다.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실과 기억의 재구성입니다. 기억이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닙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고, 새로운 정보와 감정에 따라 재구성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망각이 없는 세상에서는 이런 재구성이 불가능할 겁니다. 모든 기억이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사실로 남아 있다면, 사람들 간의 대화와 소통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겁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때 그랬지?"라며 웃음을 터뜨릴 수 없고, 상대방의 기억과 내 기억이 다르다는 걸 인정할 수도 없을 겁니다. 모든 것이 정확하고, 모든 것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요.
지식과 창의성의 역설
망각이 없는 세상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망각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사실 망각은 창의성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의 뇌는 불필요한 정보는 지우고, 중요한 정보만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창의성은 보통 여러 다른 정보를 결합하고, 기존의 아이디어를 새롭게 재해석하면서 생겨납니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무조건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 많은 정보에 짓눌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망각을 통해 우리는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작가가 소설을 쓸 때 모든 단어와 문장을 기억한다면, 새로운 구절을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대신, 이미 작성한 문장과의 끝없는 비교와 분석만 하게 될 것입니다. 창의적인 발상이란, 무언가를 잊고, 새로운 것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의 발달과 데이터의 과잉
현대 사회에서는 데이터가 넘쳐납니다. 우리의 스마트폰은 우리의 위치, 사진, 메시지, 검색 기록 등을 모두 저장하고 있죠. 그리고 이제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모든 활동이 기록되고 분석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치 망각이 없는 세상처럼, 모든 것이 저장되고 분석되는 현실이 도래한 것이죠.
하지만, 이 데이터의 과잉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의미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망각은,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불필요한 것은 잊어버리고, 진정 중요한 것만을 남기는 그런 필터 말이죠.
망각이 주는 자유
결국 망각은 우리에게 자유를 줍니다. 과거의 실수와 아픔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일어서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망각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도 과거의 실패와 후회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기억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꽤나 현명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뇌는 정말 중요한 정보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지워버리죠.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미래의 우리
그렇다면, 망각이 없는 세상은 정말 우리가 원하는 미래일까요? 만약 망각이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감정적인 치유도 어렵고, 창의성도 저해되며, 매일매일 과거의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니까요. 반면에 망각이 있는 지금의 우리 삶은, 더 인간적이고, 더 자유로우며, 더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망각이 없는 세상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너무나도 무거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망각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기억을 잃지 않는 것 이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죠. 망각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과거에 묶여 살게 되고, 감정의 치유도 어려워지며, 창의성도 점점 더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망각의 능력을 감사히 여기며, 오늘 하루도 기꺼이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또 일부는 잊어가며 살아가야 할 겁니다. 어쩌면 잊어버리는 것이,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인간의 능력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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